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입니다. 주로 60세 이후에 발병하지만, 조기 발병 사례도 늘고 있어 중장년층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질환은 단순히 ‘노화로 생기는 손떨림’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초기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인 손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을 중심으로,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 어떤 징후가 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를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손떨림 – 가장 흔하지만 오해받는 신호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휴식 시 손떨림(resting tremor)**입니다. 즉,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손을 가만히 두었을 때, 특히 한쪽 손에서 가볍게 파르르 떨리는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노화나 피로, 스트레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파킨슨병의 떨림은 특정한 양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쪽 손 또는 발에서 시작되며, 반대편으로 점차 진행
- 손가락이 동전 돌리듯 떨리는 모양(pill-rolling tremor)
- 휴식 시 뚜렷하고 움직일 때는 줄어드는 경향
- 스트레스나 긴장 시 악화되고, 잠자는 동안에는 사라짐
반면, 본태성 떨림은 양손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움직일 때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으므로 파킨슨병과 구별해야 합니다.
특히 한쪽 손만 유독 떨리고, 글씨를 작고 둥글게 쓰게 되는 변화가 있다면 의심해야 하며, 스마트폰 사용이나 단추 끼우기처럼 세밀한 동작이 서서히 어려워진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휴식 시 손떨림은 신경계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는 초기 징후이며, 이를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의 진행을 상당 부분 늦출 수 있습니다.
근육 경직 – 움직임이 줄고 몸이 뻣뻣해진다면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또 다른 초기 증상은 **근육 경직(rigidity)**입니다. 경직은 단순한 근육통과 다르게, 힘을 풀어도 사지가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며,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고 딱딱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특징을 보입니다.
초기에는 한쪽 팔이나 다리만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며 걷지 못하고 한쪽 팔이 붙은 듯한 걸음걸이
- 셔츠 소매를 끼울 때, 팔이 잘 구부러지지 않아 불편함
- 턱이나 목, 어깨 쪽의 묵직함, 마사지로도 풀리지 않는 긴장감
의학적으로는 이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가 환자의 팔이나 다리를 움직였을 때, 톱니바퀴처럼 끊기는 저항감(톱니바퀴 강직)**을 관찰합니다. 이는 파킨슨병 진단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경직은 단순한 뻣뻣함을 넘어서, 점차 **움직임의 둔화(운동 완만, bradykinesia)**로 이어집니다. 말수가 줄거나, 표정이 무표정해지는 것도 이 경직과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에 이를 일상 속에서 자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팔을 잘 안 움직이게 되었다면 무심코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근육 경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조기 진단을 통해 근육의 사용성과 일상 활동 능력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세 불안정 – 낙상 위험의 시작, 중심 잡기 어려운 몸
파킨슨병이 점차 진행되면 자세 반사(postural reflex)가 약화되어 균형 감각을 잃게 됩니다. 특히 **걸을 때 중심이 앞으로 쏠리거나, 갑자기 멈추지 못하는 보행장애(freezing 현상)**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시작됩니다:
- 몸이 앞으로 약간 숙여진 채 걷기 시작
- 갑자기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거나, 돌아설 때 한 발로 회전하기 어려움
- 등과 목이 굽고, 작은 보폭으로 발을 끌 듯이 걷는 보행 패턴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관절 문제, 허리 통증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걷는 속도보다 멈추는 것이 어려운 경우나 작은 장애물에도 잘 걸려 넘어진다면, 이는 파킨슨병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자세 불안정은 낙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기에 보행 교정 운동이나 재활치료를 시작하면 사고를 예방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고령자는 한 번의 낙상으로 골절, 입원,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중심을 잘 못 잡는 느낌이 들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노화라고 넘기지 말고, 전문 진료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결론: 작고 느린 변화, 파킨슨병의 조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한 번 진단되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 증상을 빠르게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지만, 편측성 증상, 점진적 진행, 움직일 때보다 쉴 때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면 반드시 파킨슨병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조기 진단으로 약물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면, 삶의 질을 오랫동안 지켜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스스로의 작은 변화가 보인다면 지금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할 때입니다.